미래교육

언론 선진국 '핀란드', 미디어 교육은 어떻게?

글로벌에듀 2021. 1. 5. 19:30

지난해 6월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가 발표한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9'에 따르면, 한국 국민 절반 이상은 유튜브 등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본다. 텔레비전을 시청한다고 밝힌 인구는 40%, 종이신문 등 인쇄된 뉴스는 4%로 나타났다. 날이 갈수록 다양화·복잡화되는 국내 미디어 환경에서, 국민들의 디지털 미디어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년간 유튜브(YouTube) 이용 시간 변화 통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나라 전체 응답자의 45%는 지난 1년 동안 유튜브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국내 유튜브 총 이용 시간에서 뉴스 점유율은 12.2%다. 닐슨은 '2019 뉴스 미디어 리포트·유튜브저널리즘'을 통해 유튜브 이용자 약 2,902만 명 중 1,120만 명은 뉴스 시청 시 유튜브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유튜브 등 미디어 동영상 플랫폼 콘텐츠는 파급력 높은 주제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개인이 올리는 영상물의 경우 사실 확인·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허위 정보나 주장에 대한 피해가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이때 시청자가 미디어를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면, 거짓 정보에 휘둘릴 수 있다.

미디어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해 전달하고 있는 정보의 진위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Digital Media Literacy)'라고 한다. 디지털 미디어가 전달하는 정보가 많아지고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조사 결과, 한국의 뉴스 리터러시 수준은 11%로 조사대상 32개국 평균 28%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의 사실 여부를 파악하는 능력이 부족하면 개인적인 피해 차원을 넘어 사회 구성원 간의 갈등을 조성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적·사회적 문제로 확대돼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별도의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운영 방안 / 사진제공=핀란드미디어교육(Finnish Society on Media Education) 홈페이지

유럽을 대상으로 진행된 뉴미디어 리터러시 조사 결과,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핀란드'였다. 핀란드는 76점을 기록하며 유럽 35개국 중 1위를 차지했다. 1970년대부터 학교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해온 핀란드의 사례를 살펴보자.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1960년대 시민운동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이후 1972년, 학교 교과과정에 미디어에 대한 발견과 해석, 비판적인 채택, 정보 기술 이해 등을 포함시키며 미디어 교육의 틀을 만들어갔다.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목표는 교육을 통해 어린이·청소년의 미래 지식 습득을 돕고, 경쟁력을 높이며 누구도 동등한 교육의 기회 앞에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그 때문에 초등학생의 경우 오전·오후 활동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과과정이 포함돼있어 필수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교육문화부 소속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목표, 교과과정 등을 결정한다. 2014년 개정된 교육과정에는 미래 사회 대비를 위한 7가지 교과 공통역량이 담겨있다. 공통 역량에는 다중 리터러시(Multiliteracy)와 ICT 역량(ICT Competency)이 포함돼있다. 또한 핀란드는 교육문화부 내 별도의 미디어 교육 담당 기관을 만들어 정부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해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 밖에도 '핀란드 디지털 어젠다 2011-2020', '시청각 문화에 관한 정책', '공공 도서관 정책 2015', '어린이·청소년 정책 프로그램' 등 정책 수립·시행을 통해 국민의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정부 부처, 협회뿐 아니라 비영리단체, 도서관, 학교 등에서도 활발히 이뤄진다. 여러 기관과 참여자들이 상호 협력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NGO 단체인 '핀란드 사회 미디어 교육'은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와 실제 교육 현장 사이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한다. '핀란드 도서관 협회'는 게임 교육 분야와 노년층 미디어 기술 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아동·청소년 복지 관련 기관, 미디어 교육 센터, 핀란드 공영방송 등 역시 미디어 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법무부의 민주주의 교육, 경쟁소비자국의 소비자 교육 등 다차원적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접근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기관의 공통적인 목표는 개인의 사회 참여와 일상생활 전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디지털 기술 습득을 돕는 것이다.

매년 국가시청각연구소 주도로 열리는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는 약 40여 개의 다양한 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한다. 또한 '미디어 교육 포럼'에는 정부 부처, 연구자, 다방면의 전문가가 모여 핀란드 미디어 교육 촉진을 위한 방안을 함께 고민한다. 이와 같이 관계 부처의 협력,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다면적 접근, 핀란드 정부의 관심 등이 핀란드 국민의 미디어 읽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기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