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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인재 경쟁력, 한·중·일 중 꼴찌... '미국 절반 수준'

글로벌에듀 2020. 12. 19. 21:47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기술인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AI 인력 부족률은 60.6%를 기록하며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시아 3국인 한·중·일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국내 산·학·연 AI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AI 인재 현황·육성 방안'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전문가들은 AI 산업과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을 기준(10)으로 중국, 일본, 한국의 AI 인재 경쟁력을 각각 8.1, 6.0, 5.2로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고, AI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과 비교할 때도 상당한 격차가 있었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은 국내 AI 인력 부족률이 평균 60.6%에 달한다고 응답했다. 개별 응답률을 살펴보면, 50%대 수준에서 부족하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고, 절반 이상 부족하다는 의견이 전체의 72.5%에 달했다. 부족 비율이 낮다고 응답한 일부 전문가들은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연구조직이 신설되고 있지만, 현재 AI 기술에 기반한 사업 아이템이 많지 않고, 산업이 고도화되지 않아 얼마나 부족한 지에 대해 논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IT 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AI 관련 기술 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국내에 머물지 않고 미국, 유럽, 중국을 택한다. 이들 국가는 상대적으로 AI 산업이 활성화돼 사람도 많이 뽑고, 연구·실무 경험의 기회도 많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나라 AI 산업은 아직 시작 단계에 있어 상용화 기술도 많지 않아 그들에게는 매력적인 시장이 아니다"고 전했다.

대다수의 응답자는 AI 전문 인력 양성·확보 방안으로 '국내외 AI 석·박사 채용'(89.3%)을 꼽았다. 이어 '재직자 AI 교육'(75.0%), '대학 연계 프로그램 개발'(46.4%)가 뒤를 따랐다. 국내외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연구소를 설립 또는 인수한다는 의견도 각 17.9%에 달했다.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을 비롯해 삼성전자, 네이버 등 국내 주요 대기업은 즉시 협업이 가능한 연구진을 보유한 국내외 AI 기업을 인수하거나 해외 연구소 설립을 통해 현지 기술 전문가 채용으로 AI 기술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우수 대학 인재 확보를 위해 산·학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한편, 사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직원들을 재교육하는 등 AI 실무형 인재 육성을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은 AI 인력 확보에 가장 큰 문제점으로 '실무형 기술인력 부족'(36.7%)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이 어려움'(25.5%), '전문 교육기관과 교수 부족'(22.2%) 순이었다. '예산 지원, 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 부족', '근로시간 등 경직된 근무환경·조직문화'를 꼽은 비중도 각각 6.7%로 나타났다. 기타 의견으로는 '회사 경영진의 AI 기술·특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응답도 있었다.

산업계 전문가는 직원 채용 시 기업이 요구하는 AI 기술 수준과 지원 인력과는 차이가 있는 경우가 많아 채용 후에도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진국 수준의 연봉 지급이 어려운 점도 인력 확보의 어려움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 교육 인프라 확대, 데이터 3법 등 신산업 규제 완화 필요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전문가들은 AI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개선과제에 대해 'AI 교육 인프라 확대'(37.8%)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인재 육성은 장기간의 시간과 예산이 필요한 정책이므로, 초·중·고교와 학부에서도 STEM 또는 AI 관련 교육 커리큘럼을 개발해 기초교육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EM은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약칭으로, 과학기술분야 인재 확보를 위해 실시하는 융합교육을 뜻한다.

이어 국내 AI 전문가들은 데이터 활용 규제, AI 전공 교수 겸직 제한 등 '기술 혁신과 신산업 창출을 저해하는 규제 완화'(21.1%)와 'AI 기술 관련 스타트업 창업·기업의 AI 인재 육성에 대한 제도적 지원·투자 확대'(13.3%)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우선순위를 가릴 것 없이 모든 방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과, 기업 대표의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AI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임에도 불구하고 기술 인력 부족률이 60.6%에 달해 산업계의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며, "기업과 대학의 실무형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AI 교육 인프라를 확대해 심각한 청년 실업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